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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기 동행삼일장학생 (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3-03-28 12:14:16
  • 조회수 148

저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비록 비장애인들에 비하면 턱없이 미약한 시력과 시야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에 재능이 뛰어나 곧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밖에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제게 어머니께서는 텔레비전이나 책에서만큼이라도 마음껏 세상을구경하라 하셨고, 언제가부터 화면 속 캐릭터와 풍경을 

스케치북에 따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일 때문에 집을 비우실 때마다 비디오 테이프와 스케치북은 

저의 좋은 놀이 상대가 되어주었습니다.

 

당연히 예술고등학고, 미술 대학에 진학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중하교 3학년 무렵 왼쪽 눈 망막이 박리되었습니다

다행히 응급 수술로 실명은 면했으나 남들보다 약한 눈에 언제 다시 위험한 상황이 찾아올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크나큰 두려움과 회의감을 느낀 저는 미술을 그만두고 시각장애인이 종사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직업인 중등 교사를 

진로로 선택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교직 이수 과정까지 합격하였지만, 여전히 그림에 대한 미련과 열정이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삶이 과연 안정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용납될 수 있는지 고민은 깊어져만 갔습니다. 결국 여러 계기를 통해 그림을 그리는 길을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러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한편 독학으로 

기본기를 다듬었고 교내 디자인조형학부 복수전공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미술을 공부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비용에 대한 걱정으로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초과학기 등록금과 재료비, 실기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강습비 등 경제적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제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삼일장학금을 발견했습니다. 장학생으로 선정되던 순간에는 마치 열심히 노력하는 

저에게 하늘이 한 번 더 기회를 내려준 것만 같았습니다.

 

삼일장학금을 만나기 전, 저의 꿈은 채색되지 않은 흰 도화지에 불과했습니다. 흡사 무엇을 그릴지 스케치는 되어 있지만 

색을 입히지 못해 완성되지 못한 채 남겨진 그림과도 같았습니다. 이제 채색 도구가 갖추어졌으니 마음껏 저만의 색감을 

뽐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계획만 세우고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들, 도전해보고 싶지만 

부족한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가로막혔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자신감도 되찾고 앞날을 좀 더 희망차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저 또한 반드시 장래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로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화방에 가거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돈을 아끼느라 싸구려 종이를 몇 번이고 

재사용하거나 디지털 작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배우지 못해 애태우지 않아도 됩니다

저와 같이 소외된 이들을 위로해주는 그림과 이야기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동화 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오랜 꿈입니다. 힘들고 막막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한층 자유로워진 저의 꿈이라는 도화지에 앞으로도 멋진 그림을 그려나가겠습니다

저의 꿈을 지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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